변종수 박사 (비즈인사이트연구소 대표 / PAI Lab(Post AI Lab) 소장)
기업의 AI 도입은 언제 비로소 완료됐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계정을 만들었을 때일까, 교육을 마쳤을 때일까, 실제 사용을 시작했을 때일까, 아니면 일의 방식과 성과에서 변화가 확인됐을 때일까
도입이라는 한마디 안에는 서로 다른 단계가 섞여 있다. 새로운 기술을 조직 안에 들여놓는 일과, 그 기술이 사람들의 일 속에 자리 잡는 일은 같지 않다
오랜 기업생활과 컨설팅·교육 현장을 거치며 기술이 들어오고 정착하는 과정을 여러 차례 보아왔다. 좋은 기술이라고 곧바로 생산성이 높아지지는 않았고, 교육을 받았다고 모든 사람이 활용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이제는 AI를 도입했는가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볼 필요가 있다. AI를 도입한 뒤, 우리의 일은 무엇이 달라졌는가
도입은 했는데, 어디에 쓰고 있는가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이유는 다양하다.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고객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는 판단도 작용한다
하지만 기술 자체가 앞서면 순서가 뒤바뀔 때가 있다. 서비스에 가입하고, 교육을 하고, 사용을 독려한 뒤에야 그런데 이 AI를 어디에 쓰지라는 질문을 하게 되는 경우다
반대로 일에서 출발하면 질문이 달라진다. 매주 많은 시간이 드는 업무는 무엇인지, 고객이 자주 불편해하는 지점은 어디인지부터 살펴보게 된다
이렇게 순서를 바꾸면 AI는 막연한 신기술이 아니라 특정한 일을 개선하기 위한 선택지가 된다. 어떤 AI가 더 좋은지를 찾기 전에, 무슨 일을 왜 바꾸려는지부터 분명히 해야 기술의 쓸모도 판단할 수 있다
같은 AI인데, 누구는 매일 쓰고 누구는 돌아간다
같은 회사에서 같은 AI를 쓰고 같은 교육을 받아도 활용 모습은 다르다. 어떤 사람은 매일 사용하며 질문하는 방식과 활용 범위를 조금씩 넓힌다. 반면 어떤 사람은 몇 번 사용한 뒤 익숙한 방식으로 돌아간다
이를 단지 개인의 AI 활용 능력 차이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업무가 AI와 잘 맞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교육 방식과 조직 분위기도 영향을 준다
한 사업자가 고객 문의 정리에 AI를 쓰기 시작했다고 해보자. 처음에는 편하다. 그러나 사용할 때마다 질문 방식이 달라지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고치기를 반복하면 어느 순간 직접 처리하는 편이 낫다고 느끼게 된다
이때 교육을 더 하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어떤 유형의 문의를 AI에 맡길지, 사람이 반드시 확인할 부분은 무엇인지도 함께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AI 활용 능력과 함께 살펴볼 것이 있다. AI가 자신의 업무 흐름에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하는 점이다
30분짜리 일 하나를 바꿔보면 어떨까
AI 혁신이라는 말은 크지만, 현장의 일은 훨씬 작고 구체적이다. 조직 전체의 변화를 이야기하더라도 매일 30분씩 반복하는 일 하나부터 들여다보는 방법은 현실적이다
고객 문의를 정리하는 데 30분이 걸렸는데 AI를 활용해 20분으로 줄었다면 첫 변화다. 그러나 줄어든 시간만큼 오류를 바로잡는 데 더 신경 써야 한다면 아직 좋은 방법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입력하는 방식을 바꿔보거나, AI와 사람이 맡을 일을 다시 나누어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AI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아니다. 사용한 뒤 시간이 줄었는지, 품질이 나아졌는지, 고객 응대가 더 좋아졌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회의록 초안 작성, 반복 보고서 형식 정리, 고객 후기의 공통 의견 추출처럼 비교적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부터 점검해볼 수 있다
몇 명이 쓰는가, 그다음에 물어야 할 것
AI 활용을 이야기할 때 사용률은 이해하기 쉬운 지표다. 그러나 많이 사용한다는 것과 일이 좋아졌다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문서 작성은 늘었는데 검토 시간까지 늘었다면 평가가 달라진다. 회의록 작성은 빨라졌지만 중요한 맥락을 놓친다면 마찬가지다. 반대로 사용 빈도는 높지 않아도 중요한 의사결정을 앞두고 대안을 검토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 가치는 따로 봐야 한다
따라서 활용 횟수와 함께 어떤 업무에서 어떻게 사용했는지, 사용 전후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살펴야 한다. 이는 조직뿐 아니라 매일 AI를 사용하는 개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새로운 AI를 찾기 전에 세 가지를 적어보자
AI 서비스는 계속 바뀐다. 새로운 기능이 나오면 써보고 싶고, 다른 사람이 더 좋은 도구를 쓴다는 말을 들으면 옮겨가고 싶어진다
그럴 때 하나를 더 추가하기 전에 세 문장만 적어보면 어떨까
· 나는 무엇을 바꾸려고 AI를 사용하는가
· AI는 지금 내 일의 어느 부분에 들어와 있는가
· AI를 사용하기 전과 비교해 실제로 무엇이 달라졌는가
첫 질문에는 목적이, 두 번째에는 실제 활용이, 세 번째에는 변화가 들어 있다. 이 세 질문에 답하다 보면 더 좋은 AI가 필요한지, 지금의 활용 방식을 바꿔야 하는지, AI보다 먼저 손봐야 할 업무가 있는지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AI를 도입했는가만으로는 충분한 질문이 되기 어렵다
변종수 박사 현) 비즈인사이트연구소 대표 & PAI Lab(Post AI Lab) 소장 경영컨설팅학 박사 & 국가공인 경영지도사 전) KT 사업전략ㆍIT컨설팅 20년 경력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 수상 & 한남대학교 겸임교수 역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