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수 박사 (비즈인사이트연구소 대표 / PAI Lab(Post AI Lab) 소장)
생성형 AI에게 질문 하나를 던지면 그럴듯한 사업 기획서와 마케팅 전략이 순식간에 화면을 채운다. 보고서 요약도, 아이디어 발상도, 복잡한 자료 정리도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바야흐로 지식의 가성비 시대다. 오랜 시간 머리를 쥐어짜지 않아도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게 되면서, 우리의 생산성은 눈에 띄게 높아졌다 그런데 이 편리함 속에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AI가 만들어준 그럴듯한 답안을 손에 쥐고도, 우리는 왜 점점 차별화하기 어려워지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쓰는 AI를 경쟁자도 쓰기 때문이다. 비슷한 질문을 입력하고 비슷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답을 얻다 보면, 결과물 역시 비슷해지기 쉽다. AI가 지식과 정보의 격차를 빠르게 줄여주는 만큼, 역설적으로 나만의 차이를 만드는 일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물론 이것은 AI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AI는 인간의 사고를 확장하는 강력한 도구다. 관건은 우리가 AI에게 어디까지 맡길 것인가에 있다. 자료를 찾고 정리하고 초안을 만드는 일은 AI에게 맡길 수 있다. 그러나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정의하고, AI의 답이 현실에 맞는지 검증하고, 최종적으로 무엇을 선택할지는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일을 맡기는 것과 판단까지 맡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차이는 정보량이 아니라 판단력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모두가 비슷한 AI를 쓰는 시대에, 사람의 차이는 어디에서 만들어질까 오랜 기간 현장과 강단을 오가며 다양한 소상공인과 스타트업을 컨설팅해 온 경험에서 확인한 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AI 시대에 차이를 만드는 것은 더 많은 정보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AI는 수많은 성공과 실패 사례를 학습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데이터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일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같은 매출 감소라도 상권이 문제일 수도, 상품이 문제일 수도, 사업자의 역량이나 고객과의 관계가 원인일 수도 있다. 사업자의 표정과 말투, 매장의 분위기, 고객의 반응, 숫자에 드러나지 않는 사정까지 종합해 지금 이 사람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판단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데이터는 평균적인 방향을 알려주지만, 현장 경험은 그 평균에서 벗어난 한 사람, 한 기업의 문제를 보게 한다. AI가 쉽게 복제하기 어려운 경쟁력이 바로 이렇게 몸으로 체득한 실전 감각이다 그래서 AI 시대에는 경험에 기반한 판단의 가치가 오히려 더 커진다. 과거에는 지식을 많이 가진 사람이 유리했다면, 이제 상당한 수준의 지식과 정보는 누구나 AI를 통해 빠르게 얻을 수 있다. 경쟁력의 중심도 달라져야 한다. 얼마나 많이 아는가에서 무엇을 질문하고 어떻게 판단하는가로 말이다. AI가 지식의 격차를 줄일수록, 사람의 차이는 무엇을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의심하고 어떻게 판단하느냐에서 만들어진다
생각의 주권을 지키는 법
여기서 필요한 것이 생각의 주권이다. 이는 AI를 거부하거나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자는 뜻이 아니다. AI를 적극 활용하되, 최종 판단의 주도권만은 사람이 쥐자는 것이다 방법은 어렵지 않다. AI에게 답을 요구하기 전, 내가 무엇을 문제라고 생각하는지 먼저 정리해본다. AI가 답을 내놓으면 왜 그런가, 내 경험과 맞는가, 현장에서는 무엇이 다른가를 다시 물어본다. 여러 대안을 비교한 뒤, 최종 선택만큼은 자신의 경험과 책임 아래 내리는 습관을 들인다 이때 AI는 인간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생각을 넓혀주는 파트너가 된다. AI는 탐색하고, 정리하고, 초안을 만들고, 대안을 제시하는 데 탁월하다. 인간은 문제를 정의하고, 맥락을 읽고, 결과를 검증하고, 최종적으로 판단하며 그 결과에 책임진다. 이 역할을 혼동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남는 것은 자기 생각을 잃지 않는 사람
AI 시대의 승부는 기술을 얼마나 능숙하게 다루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AI가 내놓은 결과물에 자신의 경험과 판단을 얼마나 더할 수 있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이다 모두가 같은 AI를 쓸수록, 차이는 오히려 AI 밖에서 만들어진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간단하다. 다음번 AI에게 질문을 던지기 전, 30초만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지금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그 질문 하나가 AI의 답을 그대로 받아쓰는 사람과, AI를 자신의 도구로 활용하는 사람을 가른다 AI 시대에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은 정답이 아니라, 내 생각의 주권이다
변종수 박사 현) 비즈인사이트연구소 대표 & PAI Lab(Post AI Lab) 소장 경영컨설팅학 박사 & 국가공인 경영지도사 전) KT 사업전략ㆍIT컨설팅 20년 경력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 수상 & 한남대학교 겸임교수 역임
